어떤 계기로 요괴를 공부하기 시작하셨나요?
최하나 처음부터 요괴에 관심 있었던 건 아니에요. 요괴가 나오는 소설을 읽었는데 거기 나오는 설화가 흥미로워서 요괴에 대한 공부를 해보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만화 중에도 요괴가 나오는 만화가 꽤 있더라고요. 둘 다 영화과 시나리오 전공이라 설화를 공부하면 이야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어떤 소설인가요?
최하나 쿄고쿠 나츠히코(京極 夏彦)가 쓴 ‹우부메의 여름›(姑獲鳥の夏)이라는 추리소설인데 요괴의 소행처럼 보이는 사건을 추리하는 이야기예요.
최고은 ‹동네에서 소문난 텐구의 아이›(町でうわさの天狗の子)라는 순정만화가 있어요. 배경은 현대이고 인간과 요괴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잘 버무린 만화거든요. 그걸 보면서 요괴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구전설화에 관심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괴를 공부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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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부메의 여름
    쿄고쿠 나츠히코 저 | 삼양출판사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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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에서 소문난 텐구의 아이
    이와모토 나오 저/서수진 역 | 대원씨아이 | 2014년 06월

요괴 관련 영화도 만드신 적 있나요?
최하나 요괴가 등장하는 시나리오를 쓸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영화와는 별개로 민담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요괴 공부 모임의 인원은 몇 명인가요?
최하나 원래는 지인들끼리의 모임이었는데 작년 초에 학교 동아리로 등록했어요. 그 후 새로 오신 분들이 4명, 그래서 총 7명으로 모임을 하고 있어요.

모이면 어떤 공부를 하세요?
최고은 처음엔 왜 요괴에 관심을 가졌는지, 좋아하는 요괴 작품이 있는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요. 그리고 각자 조사해 온 요괴에 대한 짧은 브리핑 시간을 가지고 거기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갖죠.
최하나 요괴 관련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이어져 나오는 새로운 이야기가 있어요.

예를 들면 ?
최하나 어떤 옷에 그 옷을 입었던 사람의 원혼이 깃들어서 옷이 요괴화되는 이야기를 하다가 중고 옷을 사고 꿈에 귀신이 나왔다는 경험담을 이야기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이어져요.

요괴 이야기 속에는 사소하지만 이상한 것이 있거든요. 이를테면 바다에 떠다니는 배 유령인 '후나유레이(船幽靈, Funayuurei)'에게 습격을 당하지 않으려면 바닥이 뚫린 국자를 들고 다니라는 말이 있다거나, 어두운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난 요괴인 ‘그슨대’는 행인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의 크기에 비례해서 점점 커지는데 가재를 주면 요괴가 정신을 판 사이에 도망을 갈 수 있다거나 하는 인과가 없고 존재하지 않을 법한 설정이 있어요. 설정이 왜 생겨났는지 추측해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요괴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최고은 들곶이요괴협회를 시작했을 때가 대학 졸업 후 첫해였거든요. 영화과 졸업 후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힘이 빠져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구전된 이야기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되었죠. 요괴 이야기 속에는 사소하지만 이상한 것이 있거든요. 이를테면 바다에 떠다니는 배 유령인 '후나유레이(船幽靈, Funayuurei)'에게 습격을 당하지 않으려면 바닥이 뚫린 국자를 들고 다니라는 말이 있다거나, 어두운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난 요괴인 ‘그슨대’는 행인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의 크기에 비례해서 점점 커지는데 가재를 주면 요괴가 정신을 판 사이에 도망을 갈 수 있다거나 하는 인과가 없고 존재하지 않을 법한 설정이 있어요. 설정이 왜 생겨났는지 추측해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최하나 마찬가지로 그런 엉뚱한 요괴가 실존했었다고 믿을 수 있다면 설레는 일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자연재해를 비롯한 인간이 가진 힘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것을 불가사의한 힘에 의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싶었던 노력에서 발생했다고 추측했어요. 그런 점들이 재미있었어요.

‹귀여운 요괴도감› 첫 페이지에 보면 ‘시는 마음을 느껴서 소리로 내보내는 것 그림은 소리 없는 시’라는 도리야마 세키엔의 말을 인용하였습니다. 어떤 이유로 쓰시게 된 건지요 ?
최하나 도리야마 세키엔은 민화나 요괴 그림을 그리는 유명한 화가예요. 책 앞에 뭔가 앞에 짧은 문장을 싣고 싶어서 쓰게 되었습니다.

요괴의 매력에 대해 말씀해주신 걸 들으니 그 자체가 ‘시’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아하는 요괴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하나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요괴는 우리나라 요괴인 ‘이무기’에요. 용과 반대되는 악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잖아요. 이무기에 대한 설화를 찾아보니 사실은 불쌍한 삶을 살았더라고요. 용이 되려면 천 년 동안 훈련을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보장된 일이 아니었어요. 천 년의 훈련 후 사람이 "앗, 뱀이다!"라고 말해버리면 또 천 년 동안 훈련을 해야 했어요. ‘천 번을 참아야 어른이 된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짠했어요. 이무기는 잘못한 일이 없는데 인간이 홧김에 죽여버리는 설화도 많아요. 이렇게 이무기가 약자였던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그런 게 흥미로웠어요.

‹귀여운 요괴도감›의 요괴는 모두 일본 요괴잖아요. 그래서 한국에는 요괴가 없는지 궁금했어요.
최하나 수가 일본에 비해 적긴 하지만 없지는 않아요. 한국에는 귀여운 요괴가 거의 없고 슬프거나 엽기적인 요괴 위주에요. ‹슬픈 요괴 도감›을 내게 되면 거기에 담을 생각이에요.

왜 우리나라와 일본의 요괴 성향이 다를까요 ?
최하나 자주 나오는 질문인데 정확한 이유는 찾지는 못했어요. 우리나라에 유교가 들어오면서 미신을 타파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로 인해 요괴 설화가 전해지지 못했던 이유가 컸을 거로 추측하고 있어요.

귀여운 요괴도감

고은 씨는 어떤 요괴가 흥미로우세요?
최고은 나쁜 기운을 쫓고 좋은 기운을 잡아주는 ‘시사’라는 요괴가 있어요. 중국의 ‘해태(사자)’가 일본에 건너오면서 ‘시사’가 되었는데 아직 오키나와에 조각상이 많이 남아있데요. 요괴의 조각상이 돌에서 콘크리트로 변하고, 요괴상이 위치하는 곳이 지붕 위에서 자판기 위로 변했다는 사실이 재미있어요. 또 하와이에 갔었는데 작은 ‘시사’ 모양의 열쇠고리가 걸려있는 걸 보았어요. 대학교에도 ‘시사’ 조각상이 있었고요. 흥미로웠어요.

서양에 가면 사람이 아닌 형태의 조각상이 드문 것 같아요.
최하나 들곶이요괴협회 모임에서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그쪽은 ‘악령’, ‘요정’, ‘천사’ 이런 개념으로 존재하더라고요.

요괴를 소재로 다른 작업을 하실 계획이 있는지요 ?
최고은 '갓파(Kappa)' 모양의 배지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요괴를 캐릭터화해서 상품으로 만들고 싶어요.
최하나 예전에 한국 도깨비가 우리가 아는 요괴의 모습이 아니라 건장한 미남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이야기로 도깨비가 나오는 멜로물을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쓰기 시작할 즈음에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접었어요.

김은숙 작가님도 그 이야기를 접하셨나 봐요.
최하나 그런가 봐요.

아쉽네요.
최하나 '미스터리 유니온'이라는 서점을 좋아하는데 요괴 관련 서점도 있으면 좋겠어요. 동아리 방 책장에 요괴 관련 서적을 하나씩 모으고 있어요. 나중에 요괴 관련 서적 목록을 만들어서 배포해보고 싶어요.
최고은 도서관에 가니 관련 주제별로 책을 선별해서 분류번호와 함께 팸플릿을 만들어서 비치해 놓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요괴 책들도 팸플릿 형태로 만들어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하나 초등학생들이 ‹귀여운 요괴도감›을 좋아하더라고요.

동화책으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최하나 '언리미티드에디션'에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방문하셨는데 못 사게 하시더라고요. (웃음)

실제로 요괴를 만난다면?
최하나 어떤 요괴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좋아하는 요괴는 내 눈에만 보이고 항상 옆에 머물러 있는 요괴예요. 평소에는 귀여운 모습이지만 위험한 일이 생길 때 무섭게 변해서 지켜주었으면 해요. 그런 일이 실제로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최고은 전 요괴 보면 무서울 것 같아요.
최하나 귀여운 요괴도요 ?
최고은 귀엽다면 만지고 싶어질 것 같아요.

모임을 계속 이어나가실 예정인가요 ?
최하나 네.

‹슬픈 요괴도감›은 언제 나올 예정인가요 ?
최하나 올해 가을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어요. ‹귀여운 요괴도감› 만들 때 모임에서 다룬 요괴를 모두 싣지 않았어요. 공부량이 많지 않아서 소스가 모자랐어요. 저희가 따로 조사했었는데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슬픈 요괴도감›의 요괴는 지금부터 틈틈이 조사하고 있습니다.

‹귀여운 요괴도감› 보면서 만드실 때 고생 많으셨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최하나 처음이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초우상회’는 어떻게 결성하게 되었나요 ?
최고은 ‘초우상회’는 2015년부터 시작했어요.
최하나 휴학하고 다음 영화를 위해 돈을 벌어야 했어요. 명동에서 한류스타 사진으로 배지와 양말을 판매하는 것을 보았어요. 저희 둘 다 주성치를 좋아하는데 한국에도 인기가 많으니까 '주성치 굿즈'를 만들어 팔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에 주성치 팬이 많지가 않더라고요. 주성치를 좋아하시는 분도 '굿즈'를 살 만큼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범위를 넓혀서 '영화'를 기반으로 팔릴만한 아이템을 찾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요괴 외에 관심 있는 것이 있나요?
최하나 최근에는 미스터리 소설에 관심이 생겨서 조금씩 읽고 있어요. 미스터리 소설 대부분 남성 작가에 의한 것이고, 그 속에 그려진 여자는 팜므파탈이거나 어리석은 캐릭터가 많아요. 그런 것에 지쳐있던 와중에 '미스터리 유니온' 사장님께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은 없냐고 여쭤보았어요. 사장님께서 기리노 나쓰오(桐野夏生)라는 여성 작가가 쓴 ‹얼굴에 흩날리는 비›라는 소설을 추천해주셨어요. ‘미로’라는 여자 탐정이 나오는 소설인데 재밌었어요.
최고은 케이팝과 아이돌에 관심 있어요.
최하나 요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하고 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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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에 흩날리는 비
    기리노 나쓰오 저/권일영 역 |
    비채 | 201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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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리 유니온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88-11
    @mysteryunionbook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최고은 친구의 지인 중 한 분이 일본에서 헌책방을 하고 있거든요. 그쪽에서 저희 책을 보고 팔고 싶다고 했어요. 그분의 지인 중에 요괴종이접기 전문가가 계신다고 하셨어요. 그분들과 함께 '요괴 페스타'를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아직 논의 중이에요.

요괴 종이접기 전문가도 있군요.
최하나 요괴 대학도 있어요. ‘들곶이요괴협회’라는 이름도 ‘세계요괴협회’에서 딴 이름이고요. 돗토리 현에 요괴 마을이 있어요. 거기서 요괴 자격증 시험을 치고 자격증을 발급해주기도 해요.